에디터 매거진

창작을 키우는 거위

'자산소득으로 생활하기 프로젝트' 이삭 작가 인터뷰

'그렇게 열심히 저축을 했는데 왜? 어째서 돈이 쌓이지 않는 걸까?'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자산소득으로 생활하기 프로젝트 1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은 작가가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많은 프리랜서 창작자들이 작품을 준비하고 제작하는 데 필요한 제반 비용을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어떻게 하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익을 마련할 수 있을까. 이삭 작가님의 ‘자산소득으로 생활하기 프로젝트'는 프리랜서 창작자가 ‘투자용 종잣돈 1억 1400만 원 모으기’라는 목표를 달성해가는 프로젝트 에세이로 시작부터 많은 포스타입 작가님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았습니다. 2018년 말, 유동 자산이 0원에 수렴했던 작가님은 어떻게 창작을 위한 고정 수익을 만들고 있을까요? 

포스타입 에디터가 무려 8년에 걸친 장기 연재 프로젝트의 출발선에 선 이삭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주 1일 노동만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된 과정부터, ‘어떻게든 만화를 그리는 것’이 목표였던 작가님이 실험 끝에 찾아낸 ‘새로운 창작의 경로'까지. 지금 포스타입 작가 인터뷰에서 만나보세요.  


*아래 인터뷰는 이삭 작가님의 작품 '자산소득으로 생활하기 프로젝트(이하 자생프로젝트)'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삭 작가님의 작품은 작가님의 포스타입 '이삭'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POSTYPE (이하 P) : 안녕하세요, 작가님. 먼저 포스타입 이용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삭 (이하 A) : 예전 같으면 저를 웹툰 작가라고 소개했겠지만... 최근에는 만화보다 돈 공부나 금융 부분에 훨씬 많은 시간을 쏟고 있기도 하고, 지금 포스타입에서 연재하는 작품도 웹툰이라고 하기엔 만화 분량이 부족하죠? (웃음) 주간 연재 시스템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어서 계약 연재를 계속할지도 의문이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만화를 그리고 있으니까요. 돈 공부를 좋아하는 만화가, 이삭입니다. 


P : 작가님의 전작인 창작 스토리 웹툰들과 지금 포스타입에 연재 중인 자생프로젝트는 형태, 내용, 성격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데요. 특히 이번 작품은 직접 실천 중인 금융 프로젝트를 담은 에세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 처음부터 어떤 목표의식이나 의무감을 갖고 연재를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제가 사실 돈 공부를 ‘덕질'처럼 즐겁게 하고 있는데요. 주변에 돈 공부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더라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관심을 갖고 이해를 높이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인데도, 관련한 이야기를 터부시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어요. 돈을 추구하는 건 속물적이라는 사고방식도 있는 것 같고요. 가끔은 돈 얘기를 꺼낸다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경계를 하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하하.

사실 돈이라는 건 더 쾌적한 삶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고, 목적을 위해 쓰이지 않는다면 그저 종이나 숫자에 불과하잖아요. 이 수단을 어떻게 다룰지 공부하고, 그것으로 삶을 좀 더 쾌적하게 만드는 방식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함께 할 ‘돈 공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내가 목표를 이만큼 달성했어!’라고 자랑도 하고, 서로의 성장도 함께 나누고요. 이런 이야기의 분출구로 오픈 플랫폼 연재를 결심하게 됐어요. 

이 정도 반응까진 예상하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큰 반응을 얻은 것 같아요. 정보를 정리하고 작품으로 만들면서 스스로도 공부가 더 되고, 독자분들께도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P : 자생프로젝트 속 다양한 표현 도구가 눈에 띕니다. 그림과 글뿐만 아니라 사진 자료, 작가님이 직접 만든 자산 관리 시트 파일까지 고루 들어간 ‘종합 웹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A : 본업이 만화가다 보니 만화로 그릴 생각을 먼저 하긴 했습니다. 전에 어떤 작가님이 “사람들은 ‘졸라맨' 옆에 말풍선만 있어도 궁금해서 읽는다”라고 하신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만큼 만화가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매력적인 방식인 건 분명하거든요. 하지만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너무 공을 들이면 중간에 지쳐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연재를 위해서라도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적당히 하자’고 시작하기 전부터 결심을 했습니다. 그 결과 가벼운 그림체의 만화로 흥미를 돋우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글로 쓰는 지금의 형태가 됐어요. 하지만 그런데도 포스팅 하나를 쓰는데 열시간 이상은 걸려요. 더 적당히 해야할 것 같습니다. (웃음)


P : 자생프로젝트를 포함해 작가님의 개인 작품을 여러 창작 플랫폼에 공개하셨는데요. 그중에서도 포스타입을 사용하시며 느꼈던 차이점이 있을까요? 

A : 우선 연재 수익이 기대보다 잘 나오고 있어서 만족스럽게 이용 중입니다. 절대적인 활성 이용자 수가 타 플랫폼에 비해 많기도 하고, 시리즈 메인이나 컬렉션처럼 작품을 노출할 방법이 여러 가지로 마련돼 있었던 게 이유 같아요. 전 포스타입 프로를 이용 중인데, 서비스 안에서 작품을 광고할 수 있는 포스터(PR) 기능이 더 매력적으로 강화된다면 아마 많은 작가님이 사용하시지 않을까 합니다. 

에디터 측면에서는 링크, 영상, 첨부파일 같은 도구를 작가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좋았어요. 지금 연재 중인 자생프로젝트 같은 웹 콘텐츠에 적합하기도 하고요. 그림이나 글처럼 전통적인 형태로 특정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연재할 사람에게 최적화된 시스템인 것 같아요. 


작가님이 직접 만들어 배포 중인 자산관리용 스프레드 시트 파일 / 자생프로젝트 7화


P : 자생프로젝트 첫 화에서 '어떻게든 만화를 그리고 싶다'라고 하신 말씀이 많이 와 닿았습니다. 결국 작가에게 안정적인 소득이란 자유로운 창작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수익이 일정하지 않은 프리랜서, 특히 창작자로서 소득 안정성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관점을 듣고 싶어요. 

A : 저도 얼마 전에야 깨달은 건데, 우리나라에서 만화가라면 플랫폼과 계약해 풀 컬러 주간 연재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 과외로 소득을 얻고 창작으로 다양한 형태의 수익 활동을 시도하면서, 만화를 발표하기 위해 굳이 이 계약 주간 연재라는 트랙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작가를 너무 갉아먹는 시스템이잖아요. 어시스턴트가 서넛은 있어야 건강하게 장기 연재가 가능한 구조인데, 한국에선 상위 10%의 작가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죠. 90%의 작가는 자기 몸을 혹사해서 스케줄을 유지하고 있고요. 

새삼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만화를 그리고 싶은 거지 주간 연재를 하고 싶은 게 아니더라고요. ‘플랫폼과 계약하지 않아도 제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그런 방식으로 공개되는 작품도 늘어났고, 꽤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만의 방'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창작을 하기 위해서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의 불로소득이 필요하다”라고 했는데요. 저는 여기서 ‘자기만의 방’도 중요하지만, 바로 이 ‘연간 500파운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노동이 필요하지 않은 고정 수익은 창작자가 작품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니까요. 

저는 지금 일주일에 하루 정도 과외 수업을 운영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6일 동안은 창작도 하고, 돈 공부도 하면서 저를 행복하게 하는 취미 생활을 하고 있죠. 주간 연재를 하는 중이었다면, 애초에 자생프로젝트를 시작할 수도 없었을 거예요. 이 작품이 포스타입에서 좋은 반향을 얻는 일도, 그걸 계기로 또 다른 제의를 받아 지금 준비 중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도 없었을 거고요. 

이런 성취가 한두 번씩 반복되면 제게 새로운 선택지가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요. 당장 책으로 만들 작품을 새로 시작해봐도 괜찮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고요. 이제는 창작으로 돈을 벌고 직업 만화가로 사는 길이 꼭 계약 연재 한 가지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작가님들도 여러 루트를 가볍게 시도해보시면 좋겠어요. 어디서 어떻게 또 다른 길이 열릴지 모르니까요. 

여기서 더 나아간 바람이라면, 지금 벌고 있는 하루의 노동 소득을 자산 소득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거예요.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일주일 내내 제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 창작을 하는데 시간을 쏟을 수 있겠죠. 생활과 생존을 위해 필요한 노동을 할 시간에 새롭게 시도한 일의 결과가 다시 소득으로 이어지고요. 이게 선순환인 것 같아요. 


가야하는 방향이 보인다.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 자생프로젝트 5화


P : 자생프로젝트는 금융 에세이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해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작가님이 설정한 목표를 향해 독자와 함께 실시간으로 달리는 초장기 레이스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연재 시스템을 기획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A :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8년 동안 ‘거위'로 1억 1400만 원 모으기예요. 여기서 거위는 투자용 종잣돈을 뜻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에서 따왔어요. 이 정도 크기의 거위가 있으면 저는 ‘거위가 낳는 황금알’인 자산소득만으로 최저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게 되죠.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한 달 소득으로 대략 200만 원이 필요한데, 지금의 강의 소득에 다른 소득이 조금만 더 있어도 이룰 수 있는 목표예요. 아직 끝까지 가보지 않았지만, 저는 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자생프로젝트는 제 거위를 이만큼 살 찌우겠다는 목표를 사람들과 공유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도 또 하나의 작은 목표이자 성취예요. 제 돈 공부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창작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실천해서 생긴 결과니까요. 크고 먼 목표까지 가기 위해 중간중간 더 짧은 기간의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하나씩 달성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목표를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 크고 작은 성취의 경험을 계속 쌓은 사람은 용기와 자신감이 생겨요. 그리고 이 용기와 자신감은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요. 단순히 목표를 세우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시작하는 것 사이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어요.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그래서 있는 것 같고요. 이 목표의 반을 달성하게 하는 힘이 바로 시작할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전 최근의 삶이 너무 행복해요. 지금의 제 상황이 경제적 안정을 달성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걸 깨닫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미 목표를 달성한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8년 후 목표만큼 거위를 살 찌운 뒤에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일주일 중 노동에 매인 하루가 사라지고, 제 집을 마련했다는 것 정도일 것 같아요.


계획(plan), 실행(do), 평가(check), 개선(action)을 반복하면 어떤 목표에든 도달할 수 있습니다. / 자생프로젝트 8화


P : 자생프로젝트는 작가님의 경험과 조언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포스타입 에디터 컬렉션 등록 당시에도 에세이 쪽으로 분류되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고요. 작가님의 실제 자산 정보부터 투자 실패 경험까지 개인에게는 민감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솔직하게 담겨있어 독자에게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A :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당시 제가 돈이 정말 없었기 때문에, 정말로 유동자산이 0에 수렴했기 때문에! 공개가 가능했던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웃음). 모아둔 돈이 있었으면 아마 이렇게까지 투명하게 밝히진 못했을지도 몰라요. 몇 년에 걸친 목표액이 겨우 1억 원인 저에게 다른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사람도 없을 것 같았고요. 하하. 

사실 자산 정보를 공개하면서 돈을 모으는 과정을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전에 에세이에 대한 글을 봤는데 ‘자기 이야기를 다 꺼내서 거짓 없이 보여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0에서 출발했지만, 지금 여기까지 왔다는 걸 보여드리면 0에서 시작하게 될 다른 분들께도 좋은 지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실제 금액을 공개하는 게 더 자극적이기도 하고요(웃음). 자생프로젝트를 적당히 시작했다고 했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잘되는 게 좋잖아요? 저부터도 돈 관련 포스트를 봤을 때, 적당한 표현보다는 정확한 수치가 있는 쪽이 훨씬 흥미로웠기 때문에 공개하는 쪽이 독자분들에게 더 재미를 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습니다.” / 자생프로젝트 1화


P : 작품 중에 수익이 일정치 않은 프리랜서, 그중에서도 창작자가 참고하실만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최저 생활비x최대 무소득 기간에 해당하는 비용(경제적 에어백)을 마련해두는 것, 또 작품을 위해 필요한 투자비를 별도 지출로 관리하는 법을 적어두셨던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A : 말씀드렸듯이 자생프로젝트는 금융 정보를 전달하는 강좌라기보다는 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에 가까워요. 그러다 보니 프리랜서 창작자인 저의 상황에 맞춰 강구하게 된 돈 관리 방법들이 녹아있는 편이에요. 

시중에 일반 회사원을 위한 재테크 서적은 많이 나와있지만, 프리랜서에게 특화된 자산 관리법은 별로 없더라고요. 처음 자생프로젝트 연재를 시작했을 때 한 독자분께 ‘프리랜서를 위한 돈 관리법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는데요. 그걸 계기로 ‘이런 걸 원하는 분들이 계시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돼서 프리랜서, 창작자에 특화된 이야기를 다뤄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어요. 


P : 작품을 ‘창작자의 자산’으로 정의하고, 작품을 판매하도록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창작에 정당한 대가를 받는 일임에도 작품 판매를 망설이고 계시는 작가님들이 많이 계신 만큼, 작가님께서 이 이야기를 해주신 것에 대해 꼭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A : 6화를 올린 후, ‘포스타입에 유료 발행을 했다’는 이야기가 조금 늘어난 것 같더라고요. 작게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드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작물은  만들어낸 그 순간부터는 작가의 자산이거든요. 이건 아무리 팔아도 사라지지 않아요. 책이나 실물 상품을 만들어도 되고, 유료 발행으로 온라인에서 판매해도 되고요. 작품이야말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인데 이 거위들을 그냥 구석에 놔둔다는 게 같은 창작자로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판다고 얼마나 나오겠어?'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지만, 작아도 분명 황금알을 낳는 거위거든요. 

창작자가 작품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티를 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한데, 굉장히 안타까워요. 물론 저도 같은 걱정을 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요즘은 제가 제 작품으로 돈을 버는 게 나쁜 짓도 아닌데 굳이 꺼려야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강매를 하는 것도 아닌걸요. 독자에게는 사고 싶은 작품을 살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난다는 장점도 있고요. 

처음으로 그 길을 가는 것과, 이미 한 번 걸어 본 길을 가는 것은 무척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작품을 판매한 경험이 없는 작가분들께 어떤 식으로든 작품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경험을 해 보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구작을 판매하면 수고를 적게 들이고도 새로운 도전해볼 수 있어요. 특히 판매를 경험하고, 시장과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두면 나중에 어떤 창작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 졌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해지기도 하고요. 저 역시 구작 동인지를 유료로 판매하거나 자생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포스타입에서 다른 에세이를 유료 연재하겠다는 계획을 영원히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같은 창작자 입장에서 정말 수준 높은 작품, 많은 내용이 담긴 작품이 무료 공개된 것을 볼 때면 너무 안타까워서 책상을 치고 싶어져요. ‘아니, 작가님! 왜 이러시는 거죠?’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욱 (작품을 판매하시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저는 유료로 판매되는 독립 작품이 창작 생태계 전반에 기여하는 바가 분명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창작물이 무료로 계속 공개되다 보면 다른 창작자들에게 ‘이렇게 좋은 작품도 무료인데 내가 유료판매를 해도 될까…’라는 인식이 생길 수도 있고요. 

작가님들께서 작품을 무료로 공개하시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창작물을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면 마이너한 작품,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유료 작품도 결제율이 올라갈 수 있어요. 독자 입장에서는 일시적으로 지출이 커질 수도 있겠지만, 작품의 유료 거래를 통해 생태계 전반이 건강해질수록 작가는 독자에게 더 다양하고 좋은 작품을 제공할 수 있을 테고 그게 바로 선순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 들리시나요... 당신의 마음에 말을 걸고 있습니다. / 자생프로젝트 6화


P : 후원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서 놀라웠던 것 중 하나가 무료로 전체 분량을 공개한 작품의 하단에 후원 결제선을 마련하셨다는 점인데요. 실제로 포스타입 전체 통계를 보면 본편 내용을 똑같이 무료로 공개했다 하더라도 후원용 결제선이 있는 작품에는 더 많은 독자분께서 후원에 참여하고 계세요. 

A : 저는 작품을 유료로 연재해야겠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고 철판도 깔았지만(웃음), 여러 작가님께서 후원 메시지를 남기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독자로서 무료 공개된 본편을 모두 보고 작가님이 설정하신 하단의 후원용 결제선을 통해 후원을 한 경험이 있어요. 아마 결제선이나 작가님의 메시지가 없었다면 후원을 안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결제선 아래) 감사 메시지가 있습니다'라는 그 한 줄을 보니까 왠지 후원을 하고 싶어 지더라고요. 그 후로 저도 결제선을 후원용으로 설정해두고 감사 메시지를 넣어봤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독자분들께서 후원을 해주셨어요. 

수익 통계 창을 보면 어떤 독자가 언제, 얼마나, 어디에 후원을 했는지 바로바로 알 수 있는데 아직도 작년 11월에 발행한 1화가 통계 창에 종종 끼어있어요. 1화는 결제를 안 해도 본편을 모두 볼 수 있지만 후원의 개념으로 구매 버튼을 눌러주시는 거죠. 유료 판매 포스트보다 높은 금액을 설정했는데도 기꺼이 후원을 해주시니까 어느 정도 기간까지는 1화가 신규 포스트보다도 총수익이 높았었어요. 


후원용 결제창 / 자생프로젝트 1화후원 독자를 위한 작가님의 감사 메시지


P : 자생프로젝트 연재를 시작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독자 반향은 무엇이었나요? 

A : 한 독자분이 ‘저도 작가님이랑 같이 돈 공부 열심히 해서, 제 거위 집채만하게 키울래요’라는 메시지를 남기셨는데 그게 너무 귀엽고 기쁘더라고요. ‘거위'라는 표현이 다른 콘텐츠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가 아니다 보니까 독자님과 저 사이에 특별한 은어가 생긴 것 같아서 좋았어요. 작품 속의 개념을 실제로 사용하실 만큼 재미있게 봐주시는구나 싶었죠. 

작가로서 독자에게 받았을 때 가장 기분이 좋은 반응은 역시 텍스트인 것 같아요. 댓글이나 메시지로 ‘재미있게 보고 있다'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면 그것만큼 작가로서 확실하게 와 닿고 또 힘이 되는 게 없더라고요. 다른 알림은 다 꺼놓더라도 댓글 알림은 꼭 켜 두는데 로그인을 했을 때 새 알림이 있으면 너무 설레요. 


P :  지금은 자생프로젝트 연재에 집중하고 계시지만, 작가님의 창작 스토리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가 많이 계신 만큼 관련된 질문도 드리고 싶어요. 가난한 아이가 예언에 따라 왕이 된 이야기를 담은 ‘작은 왕’은 앞서 여러 에피소드를 묶어 합본으로 공개하셨고, 또 다른 에피소드인 ‘숲지기'도 추가로 작업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A : 작은 왕은 옴니버스 작품이고, 첫 에피소드만 알면 언제 어떤 부분을 읽어도 상관없도록 매화를 완결성 있게 만들고 있어요. 원래 30분 스터디에서 4페이지짜리 콘티로 시작한 작품인데 행사 신간 참가를 위해 8페이지로 늘리고, 뒷 이야기가 생각나서 좀 더 늘리고… 그런 식으로 자꾸 살이 붙더라고요. 지금은 1년에 한 편 정도의 속도로 만들고 있어요. 사실 인기 있는 작품도 아니고 소득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지만, 돈이 되는 일만 할 거였다면 애초에 만화가가 되지도 않았겠죠? 하하.  


P : 답변에서 작가님이 얼마나 만화를 사랑하시는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당파 싸움의 수단으로 내몰린 소년들의 이야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종족 소녀와 시한부 소년이 계약을 통해 생명력을 공유하는 ‘최초의 다정'은 각각 3화, 6화까지 포스타입에 공개되어 있는데요. ‘작은 왕'이 그랬던 것처럼 이 두 작품의 뒷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을까요? 

A : 두 작품 모두 계약 연재를 준비하다가 불발된 작품들이에요. 아마 만화가라면 다들 이런 작품을 몇 개씩 갖고 있지 않을까요. 요새는 계약을 하기 전에 완성 원고 3화를 요구하는 곳들도 많으니까요. 

계약이 성사되지 않고 미완으로 남은 작품인 만큼 개인적으로 묵혀둘 수도 있었겠지만, 포스타입에 공개를 했으니 일종의 포트폴리오가 된 셈입니다. 

저도 두 작품의 뒷 이야기를 그릴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어요.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품이라 개인적으로도 애정이 있는데 언젠가 좋은 소식으로 인사드릴 수 있다면 좋겠네요. 다른 작가님들도 이런 작품이 있다면 공개를 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그걸 계기로 또 새로운 기회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최초의 다정


P : 자생프로젝트가 8년에 달하는 ‘실시간 연재' 프로젝트인 만큼 다른 작품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포스타입 독자에게 공유할 수 있는 차기작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 새 에세이 만화를 구상 중입니다. 전에 제가 했던 어떤 도전이 소재인데 일종의 여행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것도 아마 자생프로젝트처럼 오픈 플랫폼 연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에세이 만화 외에도 스토리가 있는 단편을 매년 하나씩은 그리게 될 것 같고요.

그밖에 프로젝트 펀딩을 통한 종이책 출간이나, 메일링 서비스 같은 것도 해보고 싶어요. 창작물을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삭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후원과 지지로 작가님의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응원해주세요. 아래 이삭 작가님의 포스타입 '이삭'에서 작가님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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