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매거진

실천하는 용기

'구질구질 아이슬란드 여행기' 바랜 작가 인터뷰

다른 친구들한테도 몇 번 말했었거든. 근데 다들 이런저런 이유로 망설이더라고. 결국 추진력의 문제인 것 같아.                        

-1화 ‘어쩌다 보니 아이슬란드 中


후배 일러스트레이터는 늘 아이슬란드 여행을 꿈꿨습니다. 사진작가 라이언 맥긴리의 전시에서 록밴드 시규어 로스가 참여한 뮤직비디오를 본 이후입니다. 

낯선 밴드의 음악은 후배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음악을 할 수 있는 거지?' 밴드의 근원지는 아이슬란드. 북유럽에 위치한 얼음의 나라였습니다. 독립출판물과 사진으로 먼저 만난 그곳에는 마치 지구가 아닌 것 같은 풍경이 있었습니다.

사는 동안 꼭 한 번은 가고 싶은 곳을 찾았지만, 결심은 막연하고 현실은 가까웠습니다. 수년이 흐르고 꿈의 여행지가 정말 꿈으로 남겨지려 할 때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선배 일러스트레이터가 말했습니다. '갈까 그냥?' 그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항공권을 검색한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어려울지도 몰라.' 후배와 선배 일러스트레이터는 용기를 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결제한 항공권. 그리고 얼마 뒤, 두 사람은 정말로 아이슬란드의 빙판길을 달리게 됩니다. 바랜 작가님의 '구질구질 아이슬란드 여행기'가 시작된 순간입니다.


여행의 시작! / 1화 '어쩌다 보니 아이슬란드'


늘 바랐던 일을 실천하기까지는 많은 힘이 필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용기'는 생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바랜 작가님의 첫 연재만화 도전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어쩌면 구질구질하지만, 같은 곳을 꿈꾸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공유하는 이야기. '구질구질 아이슬란드 여행기'를 통해 작가님이 전하는 '실천하는 용기'를 지금, 포스타입 인터뷰에서 확인해보세요.




*아래 인터뷰는 바랜 작가님의 작품 '구질구질 아이슬란드 여행기(이하 '구질구질')'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POSTYPE (이하 P) : 안녕하세요, 작가님. 인터뷰 첫 질문을 정확하게 예상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포스타입 이용자 여러분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바랜 (이하 A) : 안녕하세요, 저는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 '바랜', 남서연입니다. 다른 작가님들 인터뷰를 읽었는데 활동명 소개로 많이 시작하시더라고요. (웃음) 오프라인에서 일러스트레이터나 강사로 활동할 때는 본명을 쓰지만, 온라인에서는 바랜이라는 이름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빛바랜'이라는 말에서 따왔는데, 시간성이 느껴져서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제가 베이지색이나 고동색처럼 바랜 색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P : 일러스트레이터로 작가님을 소개해주셨는데, 만화 작품으로 만나 뵙게 되었어요. 새로운 영역으로 활동을 넓히신 계기가 있을까요?

A : 전에는 아동용 워크북이나 그림책 작업을 많이 했고 만화는 거의 처음이에요. 아이슬란드 여행기도 원래는 일러스트레이션과 사진, 글을 넣은 드로잉 에세이북이나 워크북 형태를 구상했었고요. 그런데 일기를 다시 보면서 일러스트보다는 컷과 대사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만화가 에피소드를 살리기에 더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화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와 콘티는 사실상 (여행 일기에) 다 나와 있는 상태여서 기획은 빨리 끝낼 수 있었습니다. 컷 구성에 변주를 주는 것보다 한 컷 한 컷이 마치 일러스트처럼 완성도 있게 표현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네 컷 만화 형식을 차용했어요. 부족한 점이 많았을텐데, 제 상상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P : 많은 소재 중에서도 아이슬란드 여행기가 작가님의 첫 만화 작품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A : 일러스트 작업을 할 때도 일상에서 소재를 많이 차용하는 편이었어요. 특히 여행을 갈 때마다 여행지별로 일기를 써서 창작에 자주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아이슬란드는 아주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나라여서 다른 여행지보다 개인적으로 의미가 컸어요. 어떤 형태로든 작품으로 남기고 싶었고, 낯선 땅에 많은 투자를 해서 가게 된 여행인 만큼 소위 '뽕을 뽑아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소재의 희소성이나 주변의 관심이 작품화를 결정하는 데 크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방송에서 회자되며 아이슬란드 여행 정보 자체는 전보다 많아졌지만, 여행자의 경험이나 감상을 만화 형태로 다룬 작품은 흔치 않은 것 같았거든요. 개인적인 기록이지만 독자를 만나기 위한 작품으로서도 매력적인 소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주변에 아이슬란드를 가고 싶어 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결같이 '대체 거길 어떻게 갔어?'라고 물어보셨거든요. 그에 대한 답변이라고 할까요? '저처럼 평범한 여행 초보자도 다녀왔습니다!' '꿈꿨다면 떠나보세요!'라는 느낌으로요.


아이슬란드 행 항공권을 결제하는 짜릿한 순간 / 2화 '여행 준비를 합시다'


P : 실제로 작품을 통해 많은 분이 아이슬란드 여행에 대해 용기를 얻으신 것 같아요. 멋지고 낭만적인 여행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현실적인 조언에도 신경 쓰셨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A : 작품을 통해 아이슬란드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가졌던 분들께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드리고 싶었어요. 실제로 작품을 보고 아이슬란드 행 티켓을 결제하셨다는 독자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정말 뿌듯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여행의 좋은 부분만 다루는 건 여러 사람이 보는 작품을 만드는 데 작가로서 책임 있는 표현 방식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실제로 아이슬란드 겨울 여행에는 많은 위험이 따르기도 하고요. 유명한 작가는 아니지만, 작품을 보고 아이슬란드를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접하니 더욱 허투루 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P : 작품 하단에서 관련 애플리케이션이나 환전 정보처럼 아이슬란드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께 유용한 팁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런 정보 영역을 따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 제 만화를 찾아보는 독자분들 중에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어 하는 분이나 실제 아이슬란드 여행을 앞둔 분이 꽤 계실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분들이 아이슬란드 여행 만화를 보면서 기대하는 정보값이 있을테니까 작가로서 그걸 충족해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재미를 넘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또한 여행 만화의 역할이라고도 생각하고요. 전문적인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여행을 준비하고 또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팁을 선별해 넣었고요. 미바튼의 온천 라커 처럼 아주 사소하지만 흥미롭고, 알아두면 유용할 것 같은 정보도 에피소드를 통해 많이 녹이려고 했어요.


P : 작품의 주인공인 선배와 후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실제 여행기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인 만큼 현실의 모습이 많이 반영되었을까요?

A : 제 캐릭터인 ‘후배’는 토마토 꼭지 머리를 한 모습인데, 지난해에 '나의 토마토 워크북'이라는 어린이 워크북 작업을 하면서 만든 캐릭터를 접목했어요. 원래부터 채소 토마토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선배 캐릭터는 그라브록에 갔을 때 난간을 잡고 계단을 오르는 선배의 사진을 보고 만들었어요. 그때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어서요. 본인은 원래 모습과 다르게 신비롭고 멋진(?) 이미지라면서 마음에 들어 하더라고요. (웃음) 만화에서 얼굴 묘사는 하지 말아 달라고 해서 장면마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꼭 씌웠는데 그 덕분에 온천에서도 선글라스를 착용한 모습으로 그리게됐죠. 실제 선배는 같이 있으면 말도 많고 귀여운 사람인데 만화에서는 조금 더 과묵하고 어른스러운 부분이 강조된 것 같아요.

작품화를 위해 스토리 상 특별히 각색을 넣거나 바꾼 부분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흐름을 위해 대화 순서를 바꾸는 식의 조정은 약간씩 있었지만, 캐릭터부터 에피소드까지 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려 했던 것 같아요. 저희를 아는 지인들이 실제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기도 했고요.


‘구질구질 아이슬란드 여행기' 선배와 후배 초기 모델


P : 채색에 한정된 컬러를 사용하셨고 인물들도 귀여운 느낌의 그림체로 표현되었지만, 소품이나 풍경에서 생생한 질감이 느껴지는 표현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묘사들이 아이슬란드라는 여행지의 현장감을 극대화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작가님께서 특별히 신경 쓰신 만화적 연출 있을까요?

A : '구질구질'의 형식을 4컷 만화로 결정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밀도 있는 표현이었어요. 여러 컷으로 구성된 만화는 큰 줄기와 흐름이 중요하지만, 그만큼 각 컷의 조형적 요소를 간과하기 쉬울 것 같았죠. 컷 수를 한정하는 대신 하나의 컷을 한 폭의 일러스트레이션처럼 생각하고 완성도에 신경을 썼어요. 색의 범위를 조정하면서 리듬을 주기도 하고요. 특히 대사나 인물 없이 풍경을 묘사하는 컷은 더욱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이런 작가의 고민을 콕 짚어 좋았다고 말해주시는 독자분의 댓글을 읽을 땐 정말 뿌듯했습니다.

에피소드 중심의 4컷 만화지만 그 안에서 이벤트성을 부여하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스크롤 뷰의 웹툰에서 해볼 수 있는 연출적 모험이 있잖아요. 채색에 변화를 준 레이니스피아라의 일몰 장면이나 오로라 에피소드는 특별히 구상 단계부터 신경을 썼는데 읽는 분들께 이런 방식으로 극적인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만화의 재미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9화 '해질녘의 레이니스피아라'12화 '오로라를 보다'


P : 시내를 빠져나오자마자 '세상의 끝' 같은 장면이 펼쳐지는 곳이라면 어떤 곳을 그릴지, 어디를 작품으로 남길지를 많이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다이아몬드 비치에서는 '삶의 마지막에 눈 감으면서 보고 싶은 풍경'이라는 찬사를 하기도 하셨고요. 이렇게 경험적 충격이 큰 곳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A : 현장에서 받은 감동이 컸던 만큼 ‘내가 이걸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하지?’라는 걱정이 있었어요. 아무리 그려도 실제 풍경보다 더 좋은 표현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는데, 어쭙잖게 그리고 싶지도 않았거든요. 그래서 작품 하단에 사진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림으로 재해석된 풍경을 보고, 실제 모습을 함께 보면 현장감도 보완하고, 보는 재미도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진에만 초점이 맞춰질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그림과 사진을 함께 보니 작품을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P : 레이캬비크부터 마지막 여행지인 케플라비크까지 작품 특유의 소소하고 잔잔한 분위기가 유지된 것 같아요.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마음에 와닿는 여행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A : 사실 이동이 잦은 여행이었던 만큼 뒤로 갈수록 지치기도 했고, 숙소에서 쉰 날도 많았어요. 모든 상황을 극적으로 연출하기보다는 실제 여행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으려고 했죠. ‘구질구질'이라는 제목처럼 저희의 여행은 평범한 사람들의 담백한 여행이었거든요. 공항에서 발권 문제가 있긴 했지만 (웃음) 떠나올 때까지의 감정은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여행을 통해 얻은 감상은 에필로그에 눌러 담았어요. 


여행을 마치면서, 가장 격렬했던 순간 / 23화 '안녕, 아이슬란드!'


P : 일상을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여행처럼 특별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실제 경험 중에 어떤 것을 표현할지 취사 선택이 필요할 텐데, 작가님은 어떤 순간에서 '작품의 가치'를 느끼세요?

A : 단순하게 표현하기 쉬운 것을 소재로 삼지는 않는 것 같아요. 사용하고자 하는 표현법이랑 '결'이 맞는지, 스스로 재미있게 그릴 수 있는 이야기인지, 콘텐츠가 될 만한 소재인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고요. 무엇보다 너무 자신만의 이야기로 빠지지 않는 게 특히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제 작품을 통해 저와 독자 사이에 피드백이 오가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예상 독자층이 공감할만한 공통분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품이라는 하나의 공을 가지고 서로 즐겁게 핑퐁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저만 재미있는 작품은 자칫 잘못하면 폐쇄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다른 사람들만 신경 쓰다 보면 정작 제가 즐겁게 그릴 수 있는 작업을 못 할 거예요. 그 사이의 지점을 찾는 게 항상 고민입니다. 혼자만 즐길 수 있는 작업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제가 워크북(활동북) 작업을 좋아하는 이유도 독자들이 직접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 등의 활동으로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에요. 강의를 좋아하는 이유도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는 과정을 즐기기 때문인 것 같고요. 이런 취향이 작업에도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나는 이렇고 이래’ 하면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나는 이런데 너는 어때?’라고 넌지시 질문을 건네는 작품이 좋더라고요. 


작가님의 아이슬란드 여행 일기와 일러스트 북, 전시 팸플릿


P : 창작에 대한 열정으로 작품을 시작하더라도 스스로 정한 연재 주기에 따라 완결을 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의 창작을 지속 가능하게 한 가장 큰 힘은 무엇이었나요?

A : 진부하게 느끼실 수 있지만, 독자분들의 영향이 정말 컸어요. 어떤 학생분이 '가족과 아이슬란드 여행을 가는 게 꿈이었는데, 이 만화를 보면서 떠날 용기를 얻었다'고 댓글을 달아주셨을 땐 '아, 내가 이래서 만화를 그리는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댓글 자체가 제가 만화를 시작한 목표와 정확히 부합했던 것 같아요. 연재 중 진행했던 전시에도 많은 분들이 와 주셨습니다. 온라인에서만 뵙던 독자분들이 직접 발걸음을 해주신다는 게 무척 신기하고 감사한 경험이었고, 전시를 통해 제 작품을 처음 보고 새로운 독자가 된 분들도 계세요.

사실 연재 중간에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연재 이후 강연이나 외주 작업이 늘기 시작했을 땐 (완결에 대한) 현실적인 위기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꾸준히 작품을 공개한다고 해서 내게 무슨 이득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때마다 남겨주신 댓글과 후원이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봐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특히 9화 레이니스피아라 편을 연재할 때쯤이 고비였는데, 당시 포스타입 메인에 소개되면서 독자분들이 많이 유입되었어요. 작품은 중반까지 쌓여있는데, 연재는 힘에 부치던 시기에 그런 기회가 생겨서 더욱 격려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P : 실제로 작품이 연재되는 동안 작가님께서 독자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매 작품 첫머리에 후원 감사 메시지를 남기기도 하셨고요.

A : 원래 온라인에서 사람들과 관심사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개인 출판을 하는 것도 좋아하고, 팬창작도 즐겨했고요. 그래서 독자분들의 감사함을 더 잘 느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댓글을 남기고 무료 연재 작품에 후원을 해주신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거기에 성의를 다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저 역시 다른 작가님의 팬인만큼 작품을 넘어 작가로서 감사를 표하는 게 독자분들께 어떤 경험이 되는지 잘 알기도 하고요.


P : ‘구질구질’은 포스타입 외에도 다양한 플랫폼에서 공개가 되었는데요, 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경험하시면서 느낀 플랫폼별 강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 여러 플랫폼에서 작품을 함께 공개한 이유는 노출 때문이었어요. 독립 연재인 만큼 작품을 최대한 많은 곳에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연재를 하면서 어느 플랫폼이 저와 잘 맞는지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형 포털은 '독립 연재'라는 새로운 방식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 좋았던 것 같고, 전문 플랫폼 중에는 포스타입에서의 연재 경험이 많이 남는 것 같아요. 독자분들의 댓글에 대댓글과 좋아요를 남길 수 있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글과 그림 한 쪽을 선택해서 써야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형식으로 포스트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후원 댓글에는 간단한 이미지로 감사를 표현할 수 있어서 작가와 독자의 소통에 더 적합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또 독립 연재 플랫폼에선 작가가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데, 에디터 컬렉션에 작품이 등록되고 메시지를 받는 경험을 통해 플랫폼이 작품을 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어 좋았고요. 작품이 메인에 걸리고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작가로서 무척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P :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셨지만, 포스타입은 완결 작품을 내신 만화 창작자로서 바랜 작가님을 뵙게 되었어요. 첫 만화 작품에 도전하고 완결한 것 자체가 작가님께는 ‘꿈의 여행지’였던 아이슬란드 여행과 비슷한 여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아이슬란드 여행 후 '구질구질'이라는 작품이 남았다면, 작품 완결 후 작가님께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A : 이 작품을 그리기 전과 그린 후, 또 연재를 하는 도중과 이렇게 완결을 낸 지금이 정말 다르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것 하나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창작을 준비 중인 분들이 계시다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분명히 얻을 것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더 많은 분들께 제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작품 덕에 전시를 더 알차게 꾸릴 수 있었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도 얻었고요. '구질구질'을 하지 않았더라면, 만화 그리기를 그저 취미로만 남겨두었다면, 제게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었던 기회라고 생각해요.

독자분들과 만난 경험도 정말 소중했어요. 작품 아래 달린 댓글과 전시회 방명록은 짧지 않은 연재 기간 동안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전에는 일러스트 작업에 충실했지만, 이제는 만화라는 정말 좋은 매체를 하나 더 알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구질구질'을 통해 저의 작품 활동 안에서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하게 된 거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 역시 연재를 이어 가며 분명히 어려움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을 계기로 유료 연재에 도전해봐야겠단 생각을 했고, 작품 외의 활동과 독립 창작을 병행하는 노하우도 조금은 쌓인 것 같아요. 연재 주기라든가, 완결을 내는 타이밍 같은 것들이요. 

설령 기대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보면 거기서 배우는 게 있으니까요. 두려워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것 같아요.


돌아보면 생각을 실천에 옮긴 모든 순간이 하나의 여행이었던 것은 아닐까요. / 바랜 작가님 제공


P : 긴 시간 작품과 작가님, 그리고 독립 창작에 대해 정말 다양한 말씀을 나눈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구질구질' 완결 이후 작가님의 차기작 계획을 알 수 있을까요?

A : 다음 작품도 여행기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특별편에서 언급한 이탈리아도 좋을 것 같아요. 볼로냐에서 열리는 국제 아동도서전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아이슬란드를 함께 다녀온 선배와 떠났던 일본 책방 여행기를 다뤄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국내 여행으로는 속초나 순천, 경주도 좋은 소재가 될 것 같습니다. 꼭 장편 연재가 아니더라도 단편 등으로 가볍게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여행기를 제외하면 지금 진행하고 있는 강의에서 있었던 일을 만화로 그려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업하면서 재미있는 일화가 많았거든요. 평소에 관심이 많은 책방이나 책 이야기, 저희 가족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기도 하고요. 일상툰에 가까운 작품들을 주로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말하고 나니 만화로 그리고 싶은 게 새삼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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