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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여서 알 수 있었던 것들

'이무기 이야기' 만조경ᐧpp 작가 인터뷰


이무기 이야기 / 글 만조경, 그림 pp(빠삐), 작명 카키


여러분에게도 소중한 한 사람이 있으신가요? 긴 시간 하나의 목표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말 없이도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나의 존재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은 언제나 '1+1'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듯합니다.  

'이무기 이야기' 속 두 주인공에게도 서로는 하나 그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인간의 풍요를 위한 존재로만 섬겨진 이무기에게 인명은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유일한'사람이었고, 이름조차 없이 버려진 아이 인명에게 이무기는 '수많은'사람들의 풍요와 바꿔서라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존재였죠. 두 주인공은 하나뿐이자 전부인 서로와 함께하기 위해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기로 결심합니다. 이들의 선택 앞에는 과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이번 포스타입 인터뷰에는 처음으로 두 분의 작가님을 함께 모셨습니다. 바로 '이무기 이야기'의 창작자 만조경ᐧpp 작가님입니다. 만조경 작가님이 쓰고, pp 작가님이 그린 '이무기 이야기'는 지난 2018년 10월 1화가 공개된 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6개월 만에 막을 내렸는데요, 두 분의 협업으로 더욱 빛나는 작품이 되었다는 후문입니다. 

그럼, 여러 추측을 낳았던 '이무기 이야기' 엔딩에 대한 작가님의 '공식 풀이’부터 그간 작품을 통해서는 미처 알 수 없었던 두 작가님의 창작 뒷이야기까지. 아래 이어질 포스타입 인터뷰를 통해 직접! 확인해보세요.  


아래 인터뷰는 만조경ᐧpp 작가님의 작품 '이무기 이야기'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이무기 이야기'는 만조경ᐧpp 작가님의 포스타입 블로그 'PP503'에서 볼 수 있습니다.



POSTYPE (이하 P) : 안녕하세요 pp 작가님, 만조경 작가님. 두 분을 모시고 하는 인터뷰는 처음이어서 무척 기대가 됩니다. 먼저 포스타입 이용자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pp (이하 삐) : 안녕하세요. '이무기 이야기'의 작화를 맡은 pp입니다. pp는 덴마크의 가구 디자이너 한스 웨그너가 만든 의자 'PP503'에서 따왔는데요, 케네디 미 전 대통령이 대선 TV 토론에서 사용했던 것으로도 유명한 작품입니다. 웨그너의 전시에 갔다가 처음 앉아봤는데, 정말 '착' 붙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후로 이 의자를 갖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서(웃음) 이름을 pp로 지었습니다. 저에겐 개인적인 목표 같은 거예요.

만조경 (이하 만) : 안녕하세요. '이무기 이야기'의 스토리를 맡은 만조경입니다. 이름은 일만 만(萬), 일조 조(兆), 일경 경(京)자를 써서 지었습니다. 그만큼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뜻을 담았어요. 글자의 조합이나 발음 때문에 불교적인 의미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는데, 사실은 굉장히 세속적인 뜻이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pp 작가님이 꼭 사고 싶어하는 의자의 모델명으로 이름을 지었길래, 저도 많이 벌고 싶은 염원을 담아서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삐 : 저희 둘 다 굉장히 물욕에 가득한 사람들로 보일 것 같은데요.

만 : 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걸요.


P : 먼저 '이무기 이야기' 완결을 축하드립니다. 연재 시작부터 완결까지 무려 6개월에 걸친 대장정이었는데요, 작품을 완결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삐 : 이렇게 완결을 내본 작품은 '이무기 이야기'가 처음이라 기쁘고 뿌듯합니다. 반면 마지막 편을 너무 늦게 올려 함께한 만조경 작가님과 독자 여러분께 죄송하고 민망한 마음도 큽니다. 제가 조금만 더 부지런했다면 더 빨리 완결을 보실 수 있지 않았을까, 계속 그런 생각만 드네요. 유료 콘텐츠가 아니었는데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면서 후원해주신 독자분들까지 계셨잖아요. 긴 시간 기다려주신 분들께 너무 죄송한 마음입니다.

만 : 콘티는 지난해 12월에 완성이 된 상태였어요. 그 후에는 pp 작가님의 집으로 보낸 아이가 장성하는 것을 지켜보는 기분으로 작품의 완결을 함께했습니다. 이미 결말을 아는 이야기인데도 독자분들과 함께 한 화 한 화를 기다리는 건 느낌이 또 다르더라고요. 특히 마지막 화는 채색이 들어갈 예정이 아니었어요. 둘의 조율을 통해 마지막 화의 어느 지점까지는 컬러를 해보자고 결정했습니다. pp 작가님의 그림에 색이 더해지면서 더욱 임팩트 있는 완결이 된 것 같습니다. '아 이 친구(pp 작가)가 그림을 잘 그렸지'라는 걸 새삼 깨달을 만큼 좋았어요.


채색 작업으로 더욱 극적인 연출이 가능했던 최종화 / 이무기 이야기 9화


P : '이무기 이야기'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어떤 인연으로 두 분이 함께 이 작품을 하기로 결정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만 : 서로 안지는 8년이 다 되어 갑니다. 저희 둘 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데, 작년에 비슷하게 업무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어요.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우리도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게 '이무기 이야기'입니다. 특별한 기획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해보자는 마음이 컸어요. 처음엔 정리되지 않은 줄글로 pp 작가님께 스토리를 보여줬는데, 흔쾌히 함께하자고 해줘서 '이무기 이야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원래부터 취향이 잘 맞는 친구였지만 작품을 함께 한 적은 처음이어서 저희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삐 : 만조경 작가님께 콘티를 받았는데 스토리가 정말 취향 저격이었어요. 워낙 사극, 고전, 동양,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림을 그릴 때도 현대 복식보다는 동양의 고전 복식을 더 선호하는 편이거든요. 당시 외주 업무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제 작품이 절실하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이런 요건들이 맞물려서 너무 당연하게 이 작품을 하기로 결정한 것 같아요. 크레딧에는 '글 : 만조경' 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그림 콘티까지 만조경 작가님이 해주셨고, 저는 구체적인 표현과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담당했어요. 돌이켜보니 정말 충동적으로 시작된 작품이네요.

만 : 제가 콘티를 그려본 적이 없어서 pp 작가님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흐름도 단순하고, 여백도 없었죠. pp 작가님이 첫 콘티를 받고 '어머 이건 아니야!' 하면서 컷 사이를 마구 띄웠던 기억이 나네요. 작품을 더 좋은 방향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연출 자체는 의도한 바를 그대로 살려줘서 글 작가로서 고마웠습니다. pp 작가님의 전문적인 손길이 작품을 완성시켰다고 생각해요.


P : '이무기 이야기' 크레딧에는 두 분의 작가님 외에 또 한 분의 작가님이 계신데요. 작명을 담당해주신 카키 작가님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삐 : 작품의 제목인 '이무기 이야기'를 비롯해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카키님께서 지어주셨습니다. 카키님의 작명이 작품이 좋은 반향을 얻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특히 주인공 '인명(印明)'의 이름이 캐릭터와 작품의 많은 부분을 채워줬습니다. 인명이라는 이름에는 '손으로 결인을 하고 입으로 진언을 왼다’는 불교적인 의미가 있는데요, 거기에 더해 '사람의 목숨(人命)'이라는 뜻도 있어서 이야기 속 주인공과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만 : 사실 카키님께 작명을 부탁드릴 때 이야기의 결말도 함께 알려드렸어요. 인명이란 이름 자체가 지금 독자 여러분이 보신 그 엔딩을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인 셈이죠. 여러 개의 후보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인명이 가장 주인공의 이름으로 적합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중에선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무기의 이름도 카키님께서 함께 작명하셨는데요. '인명과 같은 이름은 어떨까’라는 의논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명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이무기가 지어준 자신의 이름입니다. 인명이 그 이름을 다시 이무기에게 준다면, 이름을 나눠가진 사이로 둘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이무기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인명과 이무기만이 알고 있는 이무기의 이름, 그 편이 둘을 더욱 견고하게 묶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인명에게 자신의 이름을 부탁했던 이무기 / 이무기 이야기 9화


P : 포스타입을 '이무기 이야기'의 연재처로 선택해주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만 : '이무기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도 포스타입을 잘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포스타입에서 연재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삐 : 창작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지만, 이용자로선 오래 사용해왔기 때문에 저희에겐 포스타입에서 연재를 하는 게 굉장히 자연스러운 결정이었어요. 익숙함을 제외하고서라도 우선 작품이 보이는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고 편하다는 점이 좋았고요. 스크롤 형식으로 업로드를 했을 때 깔끔하게 연출되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계정 하나당 블로그를 3개까지 만들 수 있어서, '이무기 이야기'를 연재한 PP503외에 같은 계정으로 글을 쓰거나 커미션 작업물을 백업하는 개인 블로그도 운영 중입니다. (작품의 물성이나 성격과 관계없이) 다양한 영역에 걸쳐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것 같아요.


P : 포스타입 열성 이용자이자 독자로서 애정하는 작품도 많으시다고요.

만 : '남팬 만화'를 연재 중이신 장진 작가님의 오랜 팬입니다. 작가님께서 지금까지 공개하신 모든 작품을 좋아해요. 또 포스타입에서 장편 GL 웹툰 '잿빛 눈이 내리는 새벽' 을 연재하신 구구스 작가님의 팬이기도 합니다. pp 작가님의 소개로 읽게 된 작품이었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마찬가지로 pp 작가님의 소개로 알게 된 튼튼 작가님의 작품들도 아주 좋아합니다. 저희가 GL을 창작하고 소비하는 입장에서 이제까지 새싹이었다면, 구구스 작가님과 튼튼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서 저희의 역량이 테이블야자만큼은 자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희에겐 정말 바오밥 나무 같은 작가님들이시거든요.

삐 : 장진 작가님, 구구스 작가님 정말 팬이고요. 사랑한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맞춰가는 발걸음' '강지수와 고유리'의 튼튼 작가님 작품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김관조 작가님의 '챠오 미오 치쵸'도 정말 추천해 드려요. 창작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독자로서 포스타입을 이용하며 작가님들의 작품을 재미있게 봤고, 앞으로도 이런 좋은 작가님과 개인 연재 작품들이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P : 이제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한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이무기 이야기'는 만남과 헤어짐, 운명과 도전, 선택과 순응처럼 대비되는 개념이 두 주인공의 관계를 통해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창작자로서 마음에 드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대사가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만 : '이무기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스트레스 발산하듯 만든 작품이어서 그런지 당시 감정과 연결되는 표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이무기가 용이 되어 마을로 내려왔을 때, 사람들을 해칠지 말지 고민하다가 '그래, 명이도 당했는데 다 죽이자!'라고 결정하는 식이었죠. 그래서 헛소리하는 아저씨를 태워버렸습니다. 상업 연재였다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았겠지만, 오픈 플랫폼에서 개인 연재하는 작품이다 보니 좀 더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7화 인명의 대사 '노력과 대가 없이 돌아오는 호의, 갑작스럽고 감당하기도 벅찰 만큼 큰 행운, 행복… 잃는 건 아무것도 없어야 하죠’는 사실 로또 1등 당첨을 향한 염원에 기반을 둔 대사입니다. 같은 화에서 이무기가 '왜 마을 사람들은 내가 당연히 풍요를 줄 거라고 확신하지?’라고 묻는 장면과, 인명이 '내가 왜 이무기 님을 버리고 인간을 선택해야 하지?’라는 대사도 좋아합니다. 그들에겐 서로만을 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당연한 일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명이와 이무기가 함께 도망가는 4화의 마지막 장면인데요, '나는 내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나는 온전히 너로 인해 존재한 거야'라는 내레이션이 있습니다. 정신없이 일을 쳐내다 보면 금세 새벽이 되었는데요. 그렇게 사방이 조용하고 어두울 때는 내가 지금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도 쉽게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아직 세상에 존재한다는 자각을 주는 것이 행아웃(컴퓨터 작업 화면을 공유할 수 있는 통신 프로그램)으로 들려오는 친구들의 목소리더라고요. 이무기에게도 그런 날들이 있었을 겁니다. 명이와의 대화 외에는 살아있는 사람과 말을 나누고, 서로가 존재함을 확인할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할머니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 거고요.


마을에서 도망치는 인명과 이무기 / 이무기 이야기 4화


P : 말씀하신 스토리와 감정에 섬세하고 서정적인 그림이 더해져 독자들께 더 잘 전달된 듯합니다. 특별히 신경 써서 연출하신 컷이나 작화 포인트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삐 : 장르가 판타지다 보니 고증을 따르는 것보다는, 시대 배경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표현을 했습니다. 실제로 복식 부분은 중국풍과 한국풍이 섞여 있기도 하고요. 동양의 용은 주로 날씨를 다스리거나 물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무기 이야기’의 용은 불을 뿜는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사실 9화를 그리면서 '불을 뿜는 건 드래곤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이미 너무 늦어버린 후였어요. (웃음)

또 인명이 이무기를 죽이기 위해 든 칼이 원래는 단검이었는데, 멋이 살지 않는 것 같아 장검으로 바꿨다가 둘을 한 컷에 담기 힘들어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려 놓고 나니 확실히 드라마틱한 느낌이 더 있어서 장검으로 연출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지막 화 전까지는 채색이 들어가지 않다 보니 인물 간에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을 주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눈매만 봐도 누군지 바로 알 수 있게요. 좋아하는 여자 아이돌 그룹 멤버의 이미지를 참고하기도 했습니다. 용의 표정은 제가 키우는 웰시코기의 얼굴이 모티프가 됐어요. 저희 집 강아지가 잘생긴 편인데 인상을 잘 쓰거든요.


용의 모델이 된 웰시코기 / pp 작가님 제공 웰시코기의 표정을 한 용(오른쪽)의 모습 / 이무기 이야기 8화


만 : 이무기가 불 뿜는 용이 된 것에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제가 콘티를 그릴 때는 사실 용이 아니라 드래곤이었거든요. 용이 날아갈 때 날개 그림자가 드리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 보니 너무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존재가 돼버려서 pp 작가님이 '이건 아니지 않냐. 동양 고전 판타지에 날개 달린 용이 웬 말이냐'라고 하셔서 냉큼 수정했습니다.


P : 글과 그림을 각각 담당하신만큼, 협업 과정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삐 : 만조경 작가님이 옆길로 새면 제가 잡고, 제가 옆길로 새면 만조경 작가님이 잡아주며 완결까지 간 것 같습니다. 특히 만조경님 콘티를 작화로 옮기면서 재밌는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3화 결혼식에 원앙이 등장하는데, 콘티로 받은 원앙 스케치가 너무 귀여워서 제가 그 부분을 그대로 살리고 '이번 화 썸네일은 원앙으로 하자'고 우긴 적도 있고요. (웃음)


(슬라이드 이미지) 콘티의 원앙이 작품 속으로 날아든 듯 / 이무기 이야기 3화


삐: 5화에 명이와 이무기가 밥을 먹는 장면이 있는데 콘티를 보니 동그라미 두 개 위에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어이가 없어서 '흑백으로 무슨 맛있는 음식을 그리라는 거냐. 흑백으로 카레를 그리면 대체 뭐처럼 보이겠냐'고 항의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전라도에 사는 친구와 행아웃을 하고 있었는데요, 맛의 고장에 사는 사람인만큼 추천을 잘해줄 것 같았습니다. '뭘 그리면 좋을지 조언해달라'고 했더니 콩나물국밥을 추천하더라고요. 그래서 전주에서 국밥으로 유명한 식당의 메뉴 사진을 참고해 음식을 그렸습니다.

만 : 그 장면 그릴 때 pp 작가님이 계속 '이거 맛있어 보이냐'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동그라미 두 개를 그려준 입장에서 '독자분들은 맛을 보실 수 없을 테니 형태만 잘 갖추면 된다'고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비슷하게 지은 죄가 하나 더 있는 것 같네요. 대지 작가님께 '이무기 이야기' 1화 콘티를 보여드렸는데, 상여 컷을 보시더니 '이런 걸 보면 그림 작가가 험한 말을 할지도 모른다'며 많이 걱정하시더라고요. 실제로 pp 작가님이 콘티를 받아보자마자 '나는 이거 못 그린다'고 했고요. 결국 '상여꾼이 너무 많으면 줄이자'고 합의를 봤죠.


(슬라이드 이미지) 동그라미로 만든 맛있는 국밥 / 이무기 이야기 5화


P : '이무기 이야기'의 엔딩과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있었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이무기에게 울며 달려가는 할멈(1화)과, 이무기의 시신이 물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인명(9화)을 보고 많은 독자분들이 '루프물(Loop, 처음과 끝이 연결-반복되는 이야기 구조를 지님)'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셨는데요, 작가님께서 의도하신 엔딩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만 : 단적으로 말하면 '이무기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이어지지 않습니다. 할멈과 인명도 동일 인물이 아닙니다. 다만 '용'은 수많은 영혼으로 구성된 동일 개체입니다. 전대(前代)와 다음 대의 이무기는 다르지만, 결국 용은 하나인 셈이죠. 또 과거의 할멈에게도 인명의 이무기와 같은 존재가 있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루프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사실 할멈의 과거가 인명과 독립된 서사라는 걸 보여주는 스토리가 있었는데, 마을 단위에서 펼쳐진 '이무기 이야기'의 본편과 다르게 할멈의 과거 이야기는 국가와 왕조 단위로 규모가 커집니다. 이 부분 콘티를 pp 작가님께 넘겼더니,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 거냐. 나를 죽일 셈이냐'라는 피드백이 돌아왔죠. 결국 완성도와 현실 조건을 고려해 지금의 엔딩으로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삐 : 만약 처음 만조경님이 보내준 엔딩으로 갔다면, 연재는 6개월이 아니라 2년이 되었을 거예요. 확정된 최종화의 콘티를 처음 받고, 너무 슬프고 벅차서 편집하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혼자 울컥울컥 감동했던 기억이 납니다. 먹먹한 마음을 안고 열심히 그렸어요.

만 : 개인적으로는 이무기와 인명이 맞을 수 있는 엔딩 중에선 가장 행복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마지막 장면을 보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이야기인걸요.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난 이무기를 안고 눈물을 흘리는 할멈 / 이무기 이야기 1화 이무기를 떠나보내고 긴 기다림을 시작하는 인명 / 이무기 이야기 9화


P : 엔딩이 깊은 여운을 남긴 만큼 외전을 기다리는 독자분들이 많이 계신데,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만 : 외전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 추가적인 작업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 다 기력이 없어 아직 후기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래도 외전은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는 게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언젠가 pp 작가님이 힘을 내고 벌떡 일어나서 그려주실지도 모르고요.

삐 : 최종화에서 이무기가 인명에게 이름을 받을 때 '오래 기억할게’라는 대사를 하는데 '오래'라는 단어를 보고 가슴이 덜컥하더라고요. 결국 영원은 아니란 얘기잖아요. 만조경 작가님께 '언젠가는 이무기가 인명을 잊게 되냐?’고 물었더니 '오, 생각도 안 해봤는데 괜찮네’라고 대답하시는 거예요. 어찌나 속상하던지... 누구보다 두 주인공의 해피엔딩을 바라는 만큼, 나중에라도 인명과 이무기가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를 그릴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거예요.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오늘부터 운동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선 기력부터 찾아야지요.


P : 두 분이 함께했기에 '이무기 이야기’가 더 멋진 작품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긴 시간 달려온 서로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삐 : 콘티가 끝난 후에도 작화 내내 행아웃으로 함께해준 만조경 작가님 덕분에 몸은 떨어져 있어도 항상 같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는 이무기 이야기의 공동 창작자이기도 하지만, 첫 번째 독자이기도 하잖아요. 제가 그리게 될 스토리가 재미있다는 점이 연재 기간 내내 가장 큰 힘이 됐고, 만조경 작가님께 공로상이라도 드리고 싶을 만큼 감사합니다. 누가 보면 '어머, 저 사람 빈말 참 잘한다'라고 할 것 같기도 한데, 개인 SNS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이 정말 진심이에요. 다음에 또 만조경 작가님과 작품을 함께하게 된다면 그때는 조금 덜 죄송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만 : 이 정도면 거의 동거를 하는 게 낫지 않나 싶을 정도로 눈 뜬 순간부터 감는 순간까지 행아웃을 했던 것 같네요.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눠서 새삼 더 할 말이 없을 정도지만, 다시 한번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사실 '힘내라!' '넌 할 수 있다!' 틈날 때마다 응원하고 싶었는데, 이런 이야기는 서로 들어도 서로 한 귀로 흘려버리기 때문에… 속으로 삼켰던 순간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어디서 또 이렇게 편하고 믿음직한 그림 작가를 만날 수 있을까요. 스토리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그림이었어요. 힘내라 pp야. 앞으로 더 많이 쥐어짤 테니까.


P : 연재 기간 동안 독자 여러분의 응원에서도 정말 큰 힘을 받으신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만 : 다음 화를 기다리며 감상을 주시는 고정 독자가 있는 것도 저희로서는 첫 경험이고요, 완결된 후에도 외전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특히 1화부터 9화까지, 전폭적인 지지와 후원을 보내주신 독자분이 계세요. 장르에 애정을 갖고 계신 분이 저희 작품을 연재 기간 내내 독려해주시니까 정말 감사하고, 저희의 조그만 고양이 손이라도 이 장르에 보태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드백이 없었다면 완결까지 오지 못했을 것 같아요. 댓글, 후원, '좋아요’를 통해 표현해주신 응원과 지지가 있어서 계속 작품이 이어질 수 있었어요. 

삐 : 만조경님 말씀처럼 9화 내내 함께 해주신 독자분들을 볼 때면 '긴 시간을 저희와 함께 해주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무척 든든했습니다. 그냥 보고 넘길 수도 있는 작품 아래에 시간을 내서,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감상을 드러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 모든 표현에 무한한 감사를 드려요.

사실 저는 의지력이 약한 사람이에요. 만약 반응을 확인할 수 없었다면 작품을 끝까지 못 가져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조경 작가님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의 응원과 격려도 소중하지만, '혹시 작품 자체는 칭찬할 만큼 좋지 않은데, 나에 대한 의리 때문에 좋은 말을 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더라고요. 완전히 새로운 독자분들께 작품을 소개하고 감상을 듣는 것 자체가 저에겐 정말 감사한 경험이었고, 창작을 이어가는데도 큰 힘이 됐어요. 


P : 차기작 계획은 없으신지도 궁금합니다. 두 분이 함께하는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만 : 올해 2월에 pp 작가님께 '무슨 장르가 좋냐'고 물었더니 '나는 항상 서양 중세가 좋아'라고 하더라고요. 14~15세기쯤이요. '그럼 그 시대가 배경이 되는 뭔가를 해보자' 하고 기사와 마법사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제 성향 때문인지 어느새 주인공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왕이 처형을 당하고 있더라고요. 스케일이 너무 커져서 잠시 한쪽으로 쓱 치워둔 상태입니다. 지금은 현대물을 하고 싶은데, pp 작가님의 의사가 어떨지 모르겠어요.

삐 : 방금 만조경 작가님이 이야기한 중세 배경의 반란, 왕조의 몰락 이런 스토리를 제가 참 좋아하거든요. 개인작은 아직 고려해보지 않았고, 가능하면 차기작도 만조경 작가님과 함께하고 싶어요. 스토리가 재미있으리란 걸 아니까요. 그때까지 열심히 운동해서 작품을 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두겠습니다.


PP503 의자에 앉아 머니건을 쏘는 인명(오른쪽)과 이무기(왼쪽) / 만조경ᐧpp 작가님 제공


P :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치면서 혹시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만 : 작품 완결 이후에 이렇게 인터뷰로 인사드리게 되어서 정말 기쁘지만, 한 편으론 걱정도 됩니다. 아무래도 작품의 분위기가 무겁다 보니 작가인 저희가 이렇게 생각 없고, 무드 없는 사람들인 줄은 모르셨을 텐데... 이 인터뷰를 보시게 될 독자분들께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삐 : 저희 인터뷰를 보시고 작품과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사기당했다'고 생각하진 않으실까요. 솔직하고, 재미있고, 쓸데없는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전달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부디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작품이랑 관계없는 이야기이지만, 수원역 지하에 '다문화 푸드랜드'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이 정말 맛있어요. 비록 들어가는 길이 지하 던전처럼 험난하고 으슥하지만, 그 곳의 양꼬치(샤슬릭)가 저희의 소울 푸드인데 정말 추천해 드립니다.

만 : 맞아요. 그걸 먹으려고 수원으로 모였습니다. 다른 음식들은 향신료가 강하지만 샤슬릭은 양고기의 맛이 향신료를 어느 정도 커버해 줍니다.

삐 : 무슨 이런 이야기를 하나 싶으시겠지만, 오래 영업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려 봅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만조경💵& pp💺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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